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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른 문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삶에 관하여’, <플라워 킬링 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

마틴 스코세이지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그가 평생 만들어온 백인 남자 중심의 영화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에 가깝다. <좋은 친구들> <카지노>의 갱스터들은 어느덧 노년이 되어 <아이리시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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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라는 새로운 시도



- 지난 몇년간 영화를 만들면서 얻은 교훈이 있나. 이번 작품을 통해 시네마에 대해 새롭게 배운 것이 있다면.

배우기 위해서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무빙 이미지에 대한 열정과 카메라의 움직임, 컷, 고정된 롱테이크 같은 것들을 통해 영화의 모든 면을 탐구하는 것과 관련된다. 아무리 자료 조사를 하고 미리 계획을 세워도 영화라는 유기체가 어떤 성격을 지니게 될지 우리는 예상할 수 없다. 우리가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시각적이고 구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편집을 하거나 혹은 하지 않거나, 컷을 자르거나 혹은 자르지 않거나, 카메라를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보여준 카메라워크는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어떻게 찍고 편집할지 미리 정하고 예전에 했던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스토리와 실제 로케이션, 캐릭터가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느끼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좋은 친구들>에서 코파카바나가 레스토랑에 입장할 때 보여준 롱테이크를 이후 다른 작품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다. <분노의 주먹>을 만들던 당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초심으로 돌아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코미디의 왕>을 찍었다.

- 최근 당신이 만든 영화들은 러닝타임 3시간30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대중성을 위해 2시간짜리 영화를 다시 만들 생각은 없나.

러닝타임은 스토리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리시맨>이나 <플라워 킬링 문>은 무척 복잡한 이야기다. 우리에게 필요한 전개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러닝타임은 필요했다. 만약 2시간에 걸맞은 스토리를 고안해낸다면 그 길이에 맞춘 영화를 만들 것이고, 90분짜리 영화나 4시간짜리 영화도 찍을 수 있다. 집에서 5시간씩 TV시리즈를 보고, 3시간30분이 넘는 연극을 보기도 하는 시대다. 성숙한 관객들은 연극이 아무리 길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왜 사람들이 극장에서 3시간30분짜리 영화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긴 영화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가 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봐야 한다.


- 당신은 여전히 꾸준히 작품을 만들며 시네마와 호흡하는 감독이다. 창작자로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분야를 궁금해하며 살아왔다. 나는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과학을 좋아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젊은 작가와 나이 든 작가들을 새로이 발견하고, 고전영화든 새로운 영화든 내가 발견한 것을 젊은이들과 공유하며 그들을 흥분시키고 무언가를 얻어가게 하고 싶다.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영화 제작자라기보다는 선생에 가깝다.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엔 영화도 책도 그림도 음악도 춤도 건축도 있고, 우리는 기꺼이 매료될 수 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지쳐갈 때조차 5~6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플라워 킬링 문>을 만들면서 <데이비드 요한슨:퍼스널리티 크라이시스>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사실 데이비드 요한슨이 소개해준 많은 곡들이 <플라워 킬링 문>에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음악의 핵심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로비 로버트슨이었다. 그의 어머니 역시 캐나다의 모호크족 출신이기에 그 자신에게도 <플라워 킬링 문>은 무척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플라워 킬링 문>을 만들면서 다른 토착민들의 음악과 이름, 움직임에 대해 배우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나는 이 영화의 모든 측면들, 이를테면 오세이지족의 이름, 문화, 장례식, 결혼식 등 모든 것을 재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다른 문화를 배움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 수 있다.

- 극장영화의 위기를 논하는 시대다. 올해 <오펜하이머>가 슈퍼히어로영화보다 더 큰 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현상이 할리우드 산업에 무엇을 시사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뉴욕에서 살고 있고 주류 할리우드와 멀어진 지 오래됐다. LA에 가면 몇몇 친구들 외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처럼 느껴진다. 아직 두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연달아 흥행한 것은 매우 특별한 사건이었다고, ‘퍼펙트 스톰’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요소가 적시에 모여들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다시 극장에 가게끔 만들었다. 한편 최근 독립영화는 지난 20년간 나온 작품들과 또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작은 스크린에서만 상영된다는 점 때문에 늘 화가 난다. <플라워 킬링 문>은 큰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인데, 그냥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뿐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며 제작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TV 앞에 앉아 5시간 동안 볼 수 있는 시리즈가 있고, 3시간30분 동안 상영되는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지 않나. 연극을 존중하는 것처럼 영화도 존중해줬으면 한다. 극장에서 <플라워 킬링 문>을 보면 “벌써 세 시간이나 지났네?”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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